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등 대

언제부턴가 가슴엔 그대 향한 불 하나 켜져 있습니다. 잠들지 못한 달처럼 내 영혼에 떠 있는 어찌할 수 없는 그대 가슴 죄는 그리움에 세상 저편을 보며 혼자 지새는 만상의 밤 토해내야 할 말들은 체념의 침묵에 잠기고 마음은 돌아올 줄 모릅니다. 어떤 땐 소리없는 해무로 걷잡을 수 없는 격랑으로 내 마음을 흔드는 그대 먼 바다를 두고 석상처럼 마주 선 그대와 나 언제까지 여기 서 있어야 합니까? 다가설 수 없는 벽에 부서진 조각은 하얀거품으로 헤어날 수 없는 미로를 헤맵니다. 당신도 그런가요? 우인

카테고리 없음 2022.02.10

홀로 가는 길

바람에 울음소리는 밤을 깨우며 동빙한설 부르고 시린 손끝 마디마다 인고에 시간이 시작됩니다 이별을 고한 가지는 알몸으로 생명에 씨눈 하나 품은채 북풍 속에 뛰어들고 떨어진 잎새는 갈 곳을 잃어 거리를 떠돕니다 고독에 쩔은 다락방 스며든 달빛 그림자 아래 버리고 온 유년에 조각들이 안간힘을 다해 바람을 타고 날아오릅니다 새벽이면 숲을 깨우던 새들이 날아간 하늘가 고운님 오시라고 포단을 깔고 미명에 아침을 기다리는데 내 물욕으로는 한줄기 빛도 담을 수 없거늘 거스르지 못하는 세상 이치 이겨보려 심호흡 가다듬으며 꿈을 향해 가없이 푸득여 보지만 마음은 저 홀로 수정처럼 언 터널끝 빛을찾아 걸어갑니다

카테고리 없음 2021.11.29

가을바람

가을바람 물억새 흰머리 풀고 살풀이 춤사위에 한삼자락 바람 타고 곱게 나부낀다 잠자리 높이 날아오르는 하늘바다에는 구름 배 뛰 우고 뱃놀이 가자며 노 젓던 사공 어디메 갔는가 무선 나침반도 없는 무한한 것에 마음 걸어두고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 부르는 허기진 욕심 풀어 마시고 고꾸라 지도록 취해 볼꺼나 내일은 언 고드름 끝 날카로움에 마음 찔려 아파도 햇살 받아 빛나며 녹아내리는 물방울처럼 또 그리 살아야 하니까

카테고리 없음 2021.09.25

연꽃

연꽃 하늘이 보고 싶었다. 질퍽한 내 생에 단 한번만이라도 한 송이 꽃 피워 하늘을 보고 싶었다. 혹한의 겨울 뻘구덩이 속도 좋다. 그 날이 나에게 올 수만 있다면 봄날 세상 꽃 앞 다퉈 피우며 향기로 세상을 노래하여도 나는 침묵하며 그 날을 기다린다. 봄꽃들 떠나간 어느 날 하늘은 나에게 길을 열고 나는 긴 설렘의 몽우리를 터뜨린다. 넓고 푸른 경이의 하늘 그토록 기다렸던 나의 날 내 품 안에 하늘을 고이 품는다. 살랑대는 바람에 몸 맡기면서 설움 사라져 간 꿈같은 날 해말간 하늘에 임 얼굴 하나 숨겨 놓는다. 그리고 해 저문 밤 남몰래 툭툭 꽃잎 떨쳐낸 후 나는 가만히 고향으로 돌아간다. 시인 우인​

카테고리 없음 2021.09.13

나도 늙으면

자글자글 타들어가는 여름날의 열기에 풀잎처럼 시들어 굽은 등 지탱하는 휘 여진 다리 무뎌진 두 손으로 잡고 들 마루에 걸터앉아 두고 온 그리움에 세월 꼼지락꼼지락 꼽아 보시나 보다 굵게 패인 주름진 얼굴에 실눈 뜨고 밥 한술 들어 오리기 힘겨운 힘으로 사위어 가지만 분신으로 일 구워낸 업적은 얼마이던 가! 찡그렸다 빙그레 미소 지었다 혼자만의 시간에 남은 미래에 꿈이라도 꾸시는 걸까! 얼마 남지 않은 우리들에 미래를 보며 다가가 손잡아 드리면 누구인지 알아보지 도 못하시며 그저 외로움에 반가워 잡은 손 흔들며 화색이 돈다

카테고리 없음 2021.08.06