전체 글 53

나도 늙으면

자글자글 타들어가는 여름날의 열기에 풀잎처럼 시들어 굽은 등 지탱하는 휘 여진 다리 무뎌진 두 손으로 잡고 들 마루에 걸터앉아 두고 온 그리움에 세월 꼼지락꼼지락 꼽아 보시나 보다 굵게 패인 주름진 얼굴에 실눈 뜨고 밥 한술 들어 오리기 힘겨운 힘으로 사위어 가지만 분신으로 일 구워낸 업적은 얼마이던 가! 찡그렸다 빙그레 미소 지었다 혼자만의 시간에 남은 미래에 꿈이라도 꾸시는 걸까! 얼마 남지 않은 우리들에 미래를 보며 다가가 손잡아 드리면 누구인지 알아보지 도 못하시며 그저 외로움에 반가워 잡은 손 흔들며 화색이 돈다

카테고리 없음 2021.08.06

여름

친구야 우리 청보리 익어가는 들길 시원한 바람 불어오고 실개천이 흐르는 그곳으로 가자 횟불발혀 가제 잡고 송사리 잡으며 술 한잔 하게 거친 손마디 어루 만 저주며 나는 너 되고 너는 나되어 세상 옷 다 벗어버리고 알몸으로 너덜너덜한 마음 원 없이 풀어놓자 실개천 흐르는 물에 눈물도 설움도 다 흘려보내고 한잔 술에 묵은 이야기 안주하며 노래 한 자락씩 하게 돌아오는 길은 다 비우고 따듯한 마음으로 빈 수레 가득 웃음과 행복만 실고 세상사에 묻혀도 변하지 않는 우정으로 남은 시간도 잘 살아내자

카테고리 없음 2021.07.12